1. 아무렇지 않은 척, 사실은 조금 힘들었던 날들
요즘 나, 사실 좀 그랬다.
"괜찮아?"라는 질문에
"응, 그냥 좀 피곤해"라고 대답하는 일이 늘었고,
하루가 끝나고 나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데
막상 핸드폰을 들어도 연락할 사람조차 떠오르지 않는 그런 날들.
사람이 왜 이렇게 쉽게 지칠까,
왜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만 계속 커져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때,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있었다.
사실 이미 알고 있던 곡이었고
플레이리스트 어딘가에 있던 노래였지만
그날 따라 이상하게 귀에, 마음에, 뚝 하고 걸려들었다.
그 노래는 마치
“괜찮지 않아도 돼, 그걸 숨기지 않아도 돼”라고
조용히,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한 곡이,
그날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줬는지도 모르겠다.
2. 그 노래가 말을 걸어올 때
내가 요즘 반복해서 듣고 있는 곡은
"자이언티(Zion.T) – 양화대교"다.
발매된 지는 오래됐지만,
나는 이제야 이 노래가 제대로 들리는 것 같다.
“우리 집은 연탄을 때
아빠는 택시 운전사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와…”
이 가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다 자란 줄 알았던 어린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가사 한 줄 한 줄에
어릴 적 내가 떠오르고,
내가 외면해왔던 마음이 조심스레 열리는 기분.
그게 너무 이상하고,
한편으로는 따뜻해서
이 곡을 들을 때면 가만히 눈을 감고
한참을 멍하니 있게 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 노래 속 어디쯤 존재하는 것 같아서.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친구가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주는 기분이랄까.
3. 노래 하나로 버텨낸 밤들
사실 우리는 하루에 수백 곡의 음악을 지나치듯 듣는다.
하지만 정말 마음을 건드리는 곡은
의외로 많지 않다.
“양화대교”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특별한 곡’이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해주고, 공감해주는 것 같은 감각.
그건 텍스트도, 말도, 사람도 주기 힘든 감정이다.
특히 밤이 되면
그날 하루가 유난히 공허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나도 누구에게도 다가가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
내 방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이 노래 한 곡 틀어놓고 조용히 누워 있으면
마치 내 감정을 대신 울어주는 것만 같다.
그렇게 이 노래에 기대어
많은 밤을 버텨냈다.
음악은 참 신기하다.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어떤 순간엔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구해주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는 ‘양화대교’가 별 감흥 없이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이 시기를 건너게 해준,
작지만 큰 위로가 되어준 곡이다.
요즘처럼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멀고,
마음속 외로움도 쉽게 덜어지지 않는 시기에는
어쩌면 이런 노래 한 곡이
우리를 다시 숨 쉬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숨구멍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에게도 지금 이 순간
감정을 구원해주는 단 하나의 노래가 있기를 바란다.
그 노래를 찾게 된다면,
오늘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처럼.
- 같이 들어보면 좋은 노래 추천
자이언티 – 양화대교
이적 – 걱정 말아요 그대
김윤아 – 야상곡